예리함과 예민함. 한 글자 차이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나는 디테일을 파악하는 능력이지만, 다른 하나는 자신을 피곤하게 해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민감한 사람들은 외부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자주, 또 과하게 인식한다.
이 기질을 긍정적으로 발휘하면 무기가 되지만, 자극에 휩쓸리게 되면 마음의 병이 된다. 문자에 찍힌 점 하나와 이모티콘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왜 자꾸 걱정하게 되는 걸까? 원래 예민한 성격은 바꿀 수 없나?
한국 사람들은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다. 이 형태의 우울증은 감정을 잘 못 느끼면서 무척 예민한 특징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몸으로 느껴요, 몸으로. 여기저기 아프고 팔다리가 아프고 숨이 답답하고 피곤한데 각종 검사를 해보면 문제가 없다고 나와요. 실제 자신의 기분, 그러니까 예민해서 긴장하고 불안해서 생긴 건데, 병원을 돌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이죠. 우울하고 예민해져서 몸이 아프고 결국 대인관계와 일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계획 세우기'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서구보다 감정을 억누르고, 드러내지 않는 환경이 예민함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한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 등이 있다. 이 문항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실려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예민함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며 노력을 통해 항상성을 잘 유지하면 예민함은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통찰을 얻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해준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잘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등 인간관계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예민함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온앤오프(on and off)를 잘해야 한다
예민함이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발휘되게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끄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를 잘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예민성을 조절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런 분들 보면 예민해지거나 피곤해질 것 같을 때 하는 행동들이 있어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도 하죠. 골프나 등산을 한다든가 자신이 집중해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걸 해요. 이렇게 마음의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해요. 만약 없다면 그걸 지금부터라도 찾아보세요."
'나만의 안전기지를 찾으면 도움이 된다'
'나만의 안전기지 찾기'
그는 주변에 자신에게 안정을 주는 사람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안전기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충전해야 한다. 예민해지는 상황이 많아질수록 안전기지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진다.
"남편(아내)이나 가족 등이 받아주고 안정되면 감정적으로 정말 좋은 겁니다. 같이 밥도 먹고 얘기하면 되잖아요. 그게 시큐어 베이스, 안전기지화거든요. 아기를 보면 엄마가 안아주고 밥도 주고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잖아요. 나이가 들어서도 안전기지가 필요해요. 안전기지는 애완동물일 수도, 운동일 수도 있고 취미일 수도 있어요. 최근에 예민한 일이 너무 많았다고 하면 찾을 수 있는 안전기지를 중간중간 많이 만들어놔야 합니다."
신체 반응을 살피면 도움이 된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심장이 안정되고 호흡이 편안해지는지 파악"해보면 좋다고 한다.
대체로 자신의 업무와는 다른 일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가정주부라면 집 안에서의 일이 아닌 것이 좋고, 회사원이면 본인 업무와 유사한 일이 아닌 것이 좋다. 뇌 가운데서 쓰지 않는 뇌, 근육 중에서는 쓰지 않는 근육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예민한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세세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다 보니 오해를 하기도 하고 상처도 잘 받는다. 물론 예민함을 세심함으로 다듬으면 사람들을 이해하는 힘이 된다. 그러려면 인간관계에서도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도록 온앤오프를 잘해야 한다.
"그런 사람(예민함을 잘 다스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 혹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등을 신경 안 써요. 예민한 분들의 특징이 사람들이 말투나 표정 이런 거를 자기하고 결부시켜요. '이 사람이 왜 이러지, 날 싫어하나, 불만 있나...' 그런 질문엔 답이 없어요. 정확하지도 않고요. 이렇게 하다 보면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는 거예요."
"사람의 몸이라는 게 잠을 자고 아침, 점심, 저녁이 일정하게 돌아가야 우리 뇌가 기분을 잘 유지를 하게 돼요. 리듬이 맞춰지지 않으면 계속 우울해지고 불안해져요. 일단 일어나는 시간을 딱 정하고 아침에 빛을 쬐고 각성시키는 걸 한번 해보세요. 그것만 해도 굉장히 많이 변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