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움
평화로움은 근심 걱정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다. 천둥 번개 폭우를 다 맞아 본 후에 천둥이 쳐도 그게 하루 종일 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 후에 다잡는 마음이다. 겪어 보니, 해 보니, 살아 보니 알 수 있는 혹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법이 나이와 함께 장착된 것 같다. 폭우도 언젠가는 그친다는 걸 알기에 창가에 앉아 무지개가 뜨기를 기다릴 수 있다.”
“나이 들어서 선택은 더 나은 것이 아니라 내게 불필요한 것을 골라 버리는 것이다. 특히 내가 남들에게 휘둘려 피곤해지지 않으려면 내게 질문을 해야 한다. 그 일을 내가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를 물어보면 된다. 그리고 거절을 선택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나이 들어서야 알았다. 내가 타인의 부탁을 거절한다고 절대 큰일이 생기거나 인간관계가 어그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주체적이고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숫자 상의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젊거나 어려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다. 화려한 과거나 무용담을 내세우지 않았고,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드러내고 팔자타령만 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그들은 인생이란 무대에서 현재 자신이 맡은 연극의 역할과 출연하는 구간에 자신의 진짜 얼굴과 목소리를 내며 충만함을 느끼려고 했다. 인생이 자신의 계획대로만 되는 게 아니란 것도 알고, 꾸준히 한 길을 걷는다고 꼭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란 것도 알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두려움 없이 직진한다. 그리고 늘 어디에선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해 가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